2023.03.31.

녕하세요? 한국농아방송 이재란앵커입니다.

장애인 인권 운동에 일평생을 바친 미국의 장애운동가 주디스 휴먼(Judith Ellen Heumann)이 지난 3월 4일(현지시각) 75세의 나이로 별세했는데요. 지금까지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디스 휴먼은 뉴욕주 최초의 휠체어 탄 교사, 클린턴·오바마 행정부에서 장애인 권리 행정가로 헌신하는 등 미국 장애인 인권운동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인데요. 그녀의 삶의 자취를 잠시 따라가 보겠습니다.

휴먼은 194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출생했으며, 생후 18개월 무렵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사지마비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당시 사회분위기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상당히 심했던 터라 언감생심 교사를 꿈꿀 수도 없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휴먼은 열심히 공부하여 교원 자격시험에 응시해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에 합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뉴욕주 교육위원회가 신체적 제약으로 인해 비상 상황 시 학생들을 긴급대피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교원자격증 발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휴먼은 1970년 뉴욕주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승소하여 뉴욕주에서 휠체어를 탄 미국 최초의 중증 장애인 공립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1973년까지 만 3년 동안 교사로 근무한 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대학원(공중보건학) 입학과 동시에 ‘행동하는 장애인’이란 단체를 결성해 본격적으로 장애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29세인 1977년에는 연방 기금을 받는 모든 기관의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인 재활법 504조 제정을 위해 장애인 동료 100여 명과 샌프란시스코 연방정부 건물을 24일간 점거하여 농성을 벌였는데요.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긴 비폭력 연방 건물 점거 기록을 세웠습니다.

한편, 재활법 504조는 미국 최초의 장애인 인권법으로 평가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90년 제정된 미국 장애인법(ADA)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1993년부터 2001년까지 클린턴 행정부에서 특수교육 및 재활서비스부 차관보로,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국제 장애인 권리 특별보좌관으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장애인을 위해, 장애인에 의해 운영되는 세계 최초의 조직'이라고 불리는 버클리의 독립생활 센터를 비롯해 장애인 권리와 관련된 많은 단체를 설립하고 운영과 자문을 제공했습니다.

휴먼은 회고록 『나는 휴먼'(Being Heumann)』, 『롤링 워리어(Rolling Warrior)』를 공동 집필하는 등 집필 활동도 활발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다큐멘터리 『크립 캠프: 장애는 없다』에도 출연하는 등 장애인 인권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는데요. 바로 우리 정부가 2021년 발표한 탈시설 로드맵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한국 장애계의 요구에 빠르게 연대하며 힘을 보태준 것입니다.

장애인으로서의 존엄과 자부심을 평생의 투쟁으로 얻은 법과 제도의 진전보다 더 값진 성취로 꼽은 휴먼은 장애인 차별과 억압 타파뿐만 아니라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나아가야할 길잡이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인권 관련 상을 많이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휴먼의 삶이 더 궁금하거나 휴먼의 삶을 본받고 싶다면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책 『​더 이상의 안 돼는 거절하겠어』(머리앤 코카-레플러, 웃는돌고래)를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수어뉴스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